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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싸움 없는 완벽 레이스, 아웃코스의 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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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1~6차 월드컵에서 금메달 14개를 따낸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에이스 박지원. 지난달 세계선수권에선 2관왕에 올랐다. 김종호 기자
2023년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넘버1’은 박지원(27·서울시청)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황대헌(24) 등 다른 선수에게 밀렸지만, 올 시즌 1~6차 월드컵에서 금메달 14개를 싹쓸이하며 1인자로 발돋움했다. 또, 지난달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선 1500m와 1000m를 제패하면서 쇼트트랙 세계랭킹 1위의 자리에 올랐다.
최근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만난 박지원은 “부모님이 보시는 앞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따낸 것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가 처음이었다. 정말 뿌듯했다. 부모님 모두 크게 내색은 하지 않으셨지만, 속으로 기뻐하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세계랭킹 1위의 자리에 올랐지만, 자만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지원은 올 시즌 맹활약한 덕분에 23일까지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 그는 “국가대표 선발전은 워낙 경쟁이 치열해 수명이 줄어드는 느낌이다. 이번엔 안 나가도 된다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며 씩 웃었다.
그래도 훈련을 게을리하는 법은 없다. 쉬는 기간에도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매일 빙판을 누빈다. 때로는 서울시청 동료들의 훈련 파트너도 자청한다. 물론 휴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박지원은 “카메라가 내 휴식처다. 주로 동료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찍는다. 사진과 영상을 통해 ‘순간을 기록해보자’는 마음으로 1년 전부터 시작한 취미다. 처음에는 동료들이 부끄러워했는데 이제는 ‘언제 또 찍어주냐’며 묻곤 한다”고 했다.
1996년 강릉에서 태어난 박지원은 경포초등학교 시절 스케이트와 연을 맺었다. 처음에는 취미로 여겨 강습반을 다녔다. 그런데 또래보다 월등한 실력이 운명을 바꿔놓았다. 당시 강습 코치가 엘리트 입문을 권하면서 쇼트트랙에만 집중하게 됐다. 이어 초등학교 6학년 2학기를 앞두고 서울 한산초로 전학을 가면서 본격적인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박지원은 “자주 1등을 하는 선수는 아니었다. 학교 다닐 때까지는 은메달과 동메달이 더 많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달렸다”고 회상했다. 작은 체구도 콤플렉스였다. 현재 박지원의 체격은 키 1m70㎝, 몸무게 65㎏이다. 어릴 적에는 또래들보다 덩치가 작아 몸싸움에서 밀리기 다반사였다. 박지원은 “단점이 오히려 약이 됐다. 몸싸움을 하지 않고 이길 수 있는 전략을 찾게 됐다. 그러다 보니 실격 요소 없이 1등 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설명했다.
콤플렉스를 자양분 삼아 꿋꿋하게 성장했지만, 20대는 시련의 시기였다.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겨울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셨다. 동료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메달을 따내는 장면을 TV로 지켜봐야 했다. 박지원은 “2015~2016시즌 처음 국가대표가 된 뒤 올림픽은 꼭 가고 싶은, 가야만 하는 대회였다. 그런데 결국 실력 부족으로 그 벽을 넘지 못했다”며 “그래도 올림픽 경기는 모두 챙겨봤다. 내가 떨어졌다고 해서 그토록 사랑하는 쇼트트랙을 등질 순 없었다”고 말했다.
두 차례 올림픽이 끝나면서 박지원도 어느새 20대 후반이 됐다. 일각에선 “박지원은 이렇게 끝난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그러나 박지원은 다시 일어났다. 올 시즌 남녀 국가대표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치면서 전성기를 열었다. 이번에도 실망과 좌절이 도약의 밑거름이 됐다.
박지원은 좀처럼 긴장하지 않는 편이다. 비결을 물어봤더니 그는 “내가 만족할 때까지 운동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야 스타트 라인 앞에서 긴장하지 않는다. 그런 점이 자신감으로 이어졌다”면서 “주특기인 아웃코스 공략법이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 간파될까봐 걱정하시는 분도 있다. 그러나 내 나름대로 노하우가 있다. 다음 시즌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생년월일 : 1996년 9월 23일(강릉)
체격: 키 1m70㎝, 몸무게 65㎏
출신교 : 한산초-화수중-행신고
소속팀 : 서울시청
2022~2023시즌 성적 : 월드컵 금메달 14개, 세계선수권 금메달 2개
주특기 : 아웃코스 돌파
좋아하는 선수 : J.R. 셸스키
취미 : 사진 및 동영상 촬영
기사제공
중앙일보
고봉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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